2026년 2월,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한창인데 리모컨을 돌려도 KBS, MBC, SBS 어디에서도 올림픽을 볼 수가 없습니다.
금메달 소식이 들려오는데 TV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개막식 시청률이 1.8%라는 숫자를 보고 처음엔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2018년 평창 올림픽이 44.6%였다고 하니 25분의 1 수준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처음으로 지상파에서 올림픽이 사라진 이유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렇게 무관심일 수가 있을 정도로 소외돼버린 올림픽의 이유를 들여다봤습니다.
JTBC독점중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JTBC 독점 중계란 2019년 JTBC 모기업인 중앙그룹 계열사 BSI가 IOC 및 FIFA와 직접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된 구조라고하는데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네 차례와 2026년, 2030년 월드컵 두 차례 중계권을 한꺼번에 사들인 건데 업계 추산 총 5억 달러, 한화로 최소 5천억 원에서 최대 7천억 원 이상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패키지 계약이었습니다.
원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은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이라는 공동 구매 시스템으로 비용을 나눠 부담했다는데요.
JTBC는 이 연합체를 건너뛰고 IOC와 단독 계약을 해버린 거죠.
당시 JTBC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이라 드라마와 예능이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종편이 지상파를 넘어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이해가 되기도 해요.
저도 그 시절 JTBC 드라마를 더 많이 찾아봤던 기억이 있는데 지상파에서는 나오기 힘든 소재나 편집 방식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경제학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이기려는 욕망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결국 이긴 사람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르게 되는 현상인데
JTBC의 선택이 딱 이 구조였어요. TV 광고 시장이 이미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건 업계 모두가 알고 있었고 젊은 시청자들은 유튜브나 쇼츠로 이동하고 있던 타이밍에 7천억 원을 올인한 거니까요.
올림픽이라고 해서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이는 풍경도 이제는 드문 것 같아요.
쇼츠나 유튜브로 주요 경기 하이라이트만 찾아봐도 흐름 파악이 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하니까 굳이 실시간으로 볼 이유가 줄어든 것도 있으니까요.
지상파부재, 협상은 왜 결렬됐을까
JTBC의 수익화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을 거예요.
중계권을 지상파 3사에 비싸게 되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자체 광고와 디지털 수익으로 채우는 구상이었을 텐데 재판매 협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맙니다.
| 협상 경과 | 내용 |
|---|---|
| 공개 입찰 | 2차례 진행 → 모두 결렬 |
| 비공개 입찰 | 1차례 시도 → 결렬 |
| KBS 요구 금액 | 1천억 원 이상 (보도 기준) |
| MBC 요구 금액 | 500억 원 이상 (보도 기준) |
| 법적 분쟁 | 지상파 가처분 신청 → 기각 / 공정위 제소 |
▶ BSI는 비인기 대회까지 묶어 패키지로 팔려 했고 지상파 3사는 동계올림픽으로 그만한 금액을 회수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협상이 처음부터 어긋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어요.
싸움은 법정을 넘어 메인 뉴스까지 번지게 됩니다.
JTBC 뉴스룸은 지상파가 의도적으로 올림픽 보도를 줄이고 있다고 공격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하루 4분짜리 영상에 48시간 사용 제한과 온라인 스트리밍 불허라는 조건을 걸어두고 소극 보도를 탓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맞받아쳤어요.
뉴스가 정보 전달이 아니라 방송사들의 싸움터가 된 셈인데요.
솔직히 지상파 대응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기사나 진행 상황이 노출돼야 사람들 관심이 생기는 건데 보도 자체를 현저히 줄여버리면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개막 당일과 다음 날 KBS, MBC, SBS가 각각 11건, 9건씩 올림픽 보도를 냈는데 이번 밀라노 올림픽은 세 방송사 합쳐서 하루에 3건씩, 그것도 1분 이하로만 다뤘다고 하니.. 심지어 올림픽 특집 섹션조차 만들지 않은 공영 방송도 있었다고 하니 이건 좀 과한 대응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JTBC가 지적한 것처럼 과거 지상파가 중계권을 독점했을 때 비중계권사에게 똑같은 룰을 적용했던 전례가 있는데 입장이 바뀌니 태도가 달라지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텃세인 건지 담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이해는 가는 상황입니다.
보편적 시청권
보편적 시청권이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민적 관심사는 90% 이상의 가구가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송법 조항이에요. JTBC는 자사 가시청가구가 90%를 넘으니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함정이 있어요.
| 구분 | 지상파 | JTBC |
|---|---|---|
| 수신 방식 | 안테나만 있으면 무료 수신 | 유료 방송 가입 필요 |
| 농어촌·도서 지역 | 시청 가능 | 시청 불가 경우 多 |
| 법적 무료 조건 | 해당 | 법에 '무료' 조건 없음 |
▶ 한국은 2011년 보편적 시청권을 법제화하면서 '무료 접근'이라는 핵심 조건을 넣지 않았어요. 방통위 위원장도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리고 결정타가 터집니다. 대한민국 설상 종목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그 순간, JTBC 본 채널은 쇼트트랙 준결승을 중계하고 있었어요.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 확정 장면은 본 채널에서 나가지 못하고 자막 속보로만 처리됐고 실제 중계는 시청자 대부분이 존재조차 모르는 JTBC 골프 앤 스포츠 채널에서만 생중계됐습니다.
논외긴 한데 최가온 선수가 비싼 아파트에 사는데 해당 아파트에서 금메달 축하 현수막 건거가지고 또 비싼아파트에 사는 거라고 자랑하는 거냐 불편하니까 현수막 치우라느니 별의별 민원 들어왔다고 하던데 참... 인성 못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상파 3사가 나눠 중계했다면 한 채널은 쇼트트랙을 다른 채널은 스노보드를 잡았을 거예요. 독점이기 때문에 편성 판단 하나가 역사적 순간의 생사를 결정하게 된 건데 이 구조적 한계가 이번에 정확하게 드러난 것 같아요.
한 누리꾼의 댓글이 이 상황을 잘 정리하더라고요. "감동적인 역사에 남을 영상인데 볼 수가 없었다. 출근 전 아무리 기다려도 쇼트트랙만 나와서 결국 속보한 줄 보고 안 다친 거 감사하면서 출근했다"는 말이 많은 걸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컬링의 '영미~' 장면이나 김연아 선수 피겨 경기는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도 TV 앞에 앉게 만들었잖아요.
피겨를 잘 모르는 사람도 김연아 선수가 빙판 위에 서는 순간만큼은 숨죽이고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국민적 순간이 지금은 유료 채널 가입 여부에 따라 볼 수도 없고 못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거니 아쉬운 부분이 많긴 해요.
스포츠에 큰 관심 없는 제가 느끼기에도 너무 사람들 사이에서 올림픽 언급이 안될 만큼 너무 무관심한 거 같아서요.
이런 독점 중계는 밀라노가 시작이고 앞으로 남은 올림픽들도 문제가 될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JTBC 앞에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028년 LA 올림픽, 2030년 월드컵,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고지서가 네 장 더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풍경이 반복될 거라는 게 제일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